백지 공포증이라는 말이 있다.
글을 쓰려고 하면 마음 한켠이 답답해지고, 무거워지고, 책상 앞에 진득하게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을 못하는 것. 그것이 백지 공포증이다.도대체 백지가 뭐가 무섭다는 걸까? 빈 종이만 있으면 뭔가를 끄적이길 좋아했던 어릴 적에는 그 말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아주 오래간만에 글쓰기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왜 갑자기 글 쓰기가 어려워진 걸까?
어라. 이상하다.
나는 원래 이렇게 글쓰기를 어려워했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사실 갑자기 글쓰기 싫어지고 어려워진 시점은 이유는 명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티스토리로 글쓰는 것이 꽤 많은 돈을 돈을 벌 가능성이 있겠구나 확신한 시점부터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이유는 명백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단순히 글을 쓰는 곳이 아니라, 힘내서 해내야 하는 부업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정답이 있는 글을 쓰려고 하니 급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무의식중에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싫어지고 피하고 싶어졌다. 백지 공포증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반성. 또 반성
솔직히 말해, 내가 대작을 쓰는 전업 작가도 아니고, 백지 공포증이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심지어 아직 애드센스로 제대로된 수익을 못 냈는데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한 일이다.
짧은 반성을 끝내고 이제 다시 글을 쉽게 쓰기로 맘 먹기로 했다. 돌아가자.
쉽게 쓰는 글로.
대충 쓰는 글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초심으로.
나는 원래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를 쓰고 있었다. 취미용으로 쓰던 글이었고 생각 외로 재밌었다. 중간에 몇달씩 쉬었던 기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꾸준히 몇년간 글을 써왔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만 했을 때는 글 쓰는 것이 매우 쉬웠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그냥 일기장을 쓰듯이 썼기 때문이었다. 그날 그날 인상 깊었던 일들을 적었다. 소소하게 취미로 시작한 동호회 이야기를 적었고, 그날 재밌게 읽었던 웹소설 이야기를 적었다. 누구와 뭘 먹었는지, 오늘은 어떤 후회를 했는지 적었다.
남들 보라고 적은 글은 전혀 아니었다. 훗날에 돌이켜볼 나 자신을 위해 적었다. 좋든 싫든 감정을 담아서 썼고 유치하더라고 스스로는 만족하는 글을 썼다.
그래서 글이 술술 써졌던 것 같다.
블로깅을 즐기자
나는 블로깅이 좋다. 자연스럽게 뭔가를 적고 싶을 때 적을 수 있다는 것. 다시 돌이켜 볼 수 있다는 것. 아무렇게나 쓴 글들이 쌓아지면 나름의 자산이 된다는 점이 좋다.
이 글을 쓰는 순간이 비록 물질적인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가치가 된다는 것을 안다. 내가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 혼자보다는 일기장 글이라도 쌓아두면 내 나름의 자산이 된다는 거였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물론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서부터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와의 계기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글이 쉽게 써지지 않았던 것 같다. 잘쓰려고 하고 남들에게 보이는 글을 쓰려고 하고. 실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한순간 올라가는 것이 아닌데 무리하려니까 글이 안 써졌던 것 같다.하지만 일단 글이 써져야지 돈을 벌든지 말든지 하지. 다시 쉽게 쓰는 글로 돌아가야 겠다.
즐기는 블로깅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